“과락까지 걸어놓고 권고?”…139개 단체, 한국연구재단에 ‘젠더혁신’ 삭제 촉구
곽영민 ·
한국연구재단 ‘젠더혁신정책’ 논란…전국 139개 단체, “학술지 평가착안점 즉각 삭제하라”

▲ 2부 사회: 퍼스트코리아시민연대 임현정 사무총장
2026년도 학술지인증 평가 둘러싸고 논쟁…단체들 “단순 권고 아닌 사실상 압박” 주장
한국연구재단의 2026년도 학술지인증 평가에 포함된 ‘젠더혁신정책’ 관련 평가착안점을 두고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사이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교수·법률가·학부모·시민·여성 등 139개 단체는 9월 22일 대전 유성구 한국연구재단 대전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술지인증 평가 항목에 포함된 “젠더혁신정책 투고규정을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평가착안점을 즉각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진평연),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 한국성시화운동협의회, 대전광역시기독교연합회 등 여러 단체가 공동주최했으며, 퍼스트코리아시민연대가 주관했다.

▲ 전문가 발언: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
“2020년 선제 도입…상위법 개정보다 앞서”
참여단체들은 한국연구재단이 ‘젠더혁신’ 개념을 연구지원 가이드라인과 평가체계 등에 반영하기 시작한 시점이 2020년이며, 성별 특성 반영 연구의 법적 근거와 관련된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은 2021년 4월 국회를 통과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이들은 이를 근거로 한국연구재단이 상위 법률보다 앞서 ‘젠더’ 개념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뒤 관련 법령에 따른 조치였다고 설명하는 것은 시점상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2021년 개정된 과학기술기본법의 법률 용어가 ‘성별 등 특성’이며, 이를 ‘젠더’ 개념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 구호제창: 강충영 센터장(대전광역시인권센터)
“단순 권고라지만 해당 항목은 과락 대상”
논란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한국연구재단이 해당 기준을 ‘단순 권고’ 성격으로 설명해 온 것과 실제 평가 구조 사이의 관계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6월 1차 기자회견 이후 참여단체들과의 면담에서 젠더혁신 투고규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며, 해당 규정의 유무만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참여단체들은 해당 평가착안점이 포함된 ‘연구(출판)윤리 강화활동의 구체성 및 엄정성’ 항목에 10점이 배정돼 있고 항목과락 대상이라는 점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평가위원의 0점 평가가 학술지 인증에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면 학술지 입장에서는 사실상 투고규정에 관련 내용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학술지 인증 여부와 연구자의 임용·승진·연구비 수혜 등이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학문의 자유와 관련한 논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 성명서 전달: 가운데 길원평 교수(진평연 실행위원장), 맨 우측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
‘성(Sex)’과 ‘젠더(Gender)’ 개념 놓고도 충돌
참여단체들은 과학적 연구에서 생물학적 성(Sex)에 기반한 성차 연구와 사회적·주관적 개념으로 사용되는 ‘젠더(Gender)’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양성평등기본법」의 법률 용어와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등을 언급하며, 국가 학술지 평가체계에서 ‘젠더’라는 개념을 사실상 반영하도록 하는 것은 법적·과학적 개념의 혼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외 성별정정 및 여성전용시설, 여성 스포츠 등을 둘러싼 사례를 거론하면서 ‘젠더’ 개념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이미 국제적으로도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국내외 사례에 대한 평가와 해석은 사안별로 법원·정부·학계·시민사회에서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하는 영역이다.

▲ 인사말: 대전광역시기독교연합회 이욥 대표회장
한국연구재단 “의견수렴 후 재정비”…단체들은 “평가 전에 공개해야”
또 다른 쟁점은 한국연구재단이 밝힌 학계 의견수렴 및 평가기준 재정비 과정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7월 학계 의견수렴을 거쳐 관련 기준을 재정비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참여단체들은 두 달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 조사 대상과 표본, 질문 내용, 일정 등이 공개되지 않았으며 자신들의 면담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2026년도 학술지인증 평가가 하반기 동안 진행되고 있고 12월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문제가 된 평가착안점을 그대로 둔 채 평가가 끝난 뒤 기준을 재정비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 인사말: 대전성시화운동본부 윤맹현 창조과학위원장
139개 단체, 네 가지 요구 제시
이날 발표된 성명에서 139개 단체는 한국연구재단에 네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첫째, 2026년도 학술지인증 평가에서 “젠더혁신정책 투고규정을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평가착안점을 즉각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둘째, 해당 규정을 반영하지 않은 학술지에 감점·과락·탈락·실태점검 등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가위원들에게 명확히 통보할 것을 촉구했다.
셋째, 한국연구재단이 약속한 학계 의견수렴 및 재정비 과정과 관련해 조사 대상·표본·질문지·일정 등을 전면 공개하고 올해 평가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 재정비를 완료할 것을 요구했다.
넷째, ‘젠더’ 용어 사용을 중단하고 법률과 과학적 기준에 부합하는 ‘생물학적 성별(Sex)’을 토대로 관련 정책을 재정립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하나의 학술지 평가항목을 둘러싼 문제를 넘어, 학술 연구에서 성별 관련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적용할 것인지, 그리고 국가 연구지원기관이 학술지 평가를 통해 특정 연구 기준을 어느 수준까지 요구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향후 한국연구재단이 2026년도 학술지인증 평가를 어떻게 진행하고, 예고한 학계 의견수렴과 기준 재정비를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가 주요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 전문가 발언: 현숙경 교수(한국침례신학대학교)

▲ 전문가 발언: 퍼스트코리아시민연대 박미숙 대표(인권전문가)

▲ 마무리 발언: 대전성시화운동본부 박명용 사무총장

▲ 사회자 인사: 기독교연합봉사회 오성균 이사장

▲ 성명서 낭독_퍼스트코리아시민연대 정세윤 이사장(우측)

▲집회모습
